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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미디어 시대의 여왕

장엄하고도 화려한 서사극 한편이 끝났다. 마지막 무대는 1000년 역사의 웨스트민스터 사원. 영연방, 종교, 고귀함, 왕관, 후계자, 추종자 등 군주의 통치를 상징하는 게 한데 집결한 가운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마지막 ‘미디어 여정’을 시작했다.   방송사에 따라 십수 시간 이어진 장례식 생중계는 영국 국왕으로서 처음이었다. 이를 지켜본 세계인이 41억 명을 헤아린다고 한다. 애틀랜타 올림픽 개막식(36억 명)을 뛰어넘는 역대 최다 시청 기록이다. 일부는 TV로 봤지만, 많은 이들이 컴퓨터 모니터로, 대형전광판으로, 손안의 휴대전화로 봤다. 모두가 여왕의 재위 기간(1952~2022) 거듭된 미디어 혁명을 통해 나온 것들이다.   여왕은 등장부터 미디어 친화적이었다. 1953년 그의 대관식은 영국 가정에 막 보급되던 TV 수상기로 전달됐다. 윈스턴 처칠 당시 총리가 “연극 공연처럼 보일 수 있다”고 염려했음에도 중계는 성공적이었다. 오랫동안 발코니 위에 있던 군주가 신민의 안방으로 들어왔다.   영연방은 붕괴하고 있었지만 세계를 누비는 여왕의 발길은 국민적 긍지를 되살렸다. 왕실의 비극조차 스펙터클을 갈망하는 타블로이드와 TV쇼에 안성맞춤 소재였다. 미국이 주도하는 미디어 산업의 연금술 속에 결혼식, 양육, 패션, 불화 등 모든 게 ‘로열 워칭’의 대상으로 탈바꿈했다.   “엘리자베스의 통치는 좋든 나쁘든 전례 없는 가시성으로 특징지어졌다”고 그의 사후 뉴욕타임스는 썼다. 여왕도 생전에 “믿기 위해서는 내가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중의 관음 욕망과 왕실 구성원의 사생활은 종종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미디어는 그 간극을 파고들며 왕실 내 ‘인간의 얼굴’을 드러냈다. 1995년 다이애나비의 BBC 인터뷰로 시작된 폭로의 정점은 지난해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의 오프라 윈프리 쇼였다. 이 인터뷰에서 그들은 로열패밀리를 가리켜 가족이 아니라 기업(a firm)이라고 털어놨다.   군주제의 존속을 떠나 현대의 왕실이 대중의 선망·환상·질시·연민 등에 기대어 굴러가는 셀럽 비즈니스 공동체란 걸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아이러니한 것은 70년 재위 내내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서도 여왕이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런던올림픽 개막쇼에 제임스 본드와 등장하고 플래티넘 주빌리 당시 패딩턴 베어 인형과 차를 마시는 순간에도 여왕은 자연인이 아닌 임무(duty)에 충실한 공직자였다. 묻히는 순간까지 그는 본분에 충실했다. 기꺼이 참배 줄(이른바 the Queue)에 함께한 이들은 여왕의 헌신을 기리며 1인 미디어로 남겼다. 미디어에서조차 그는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았다. 강혜란 /국제팀장J네트워크 미디어 여왕 미디어 혁명 미디어 여정 미디어 산업

2022-09-21

[교육칼럼] 미디어 콘텐트 폭력성과 아동의 공격성

미디어 콘텐트의 폭력성과 아동의 공격성 간의 상관 연구는 심리학계에 꽤 오래된 연구 주제다. 연구에 따르면, TV나 영화로 접하는 폭력물을 비롯해 과격한 콘텐트로 구성된 컴퓨터, 비디오 게임은 아이들의 공격성을 증가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치며, 이를 반증하는 연구는 아직 없다.   미국의 경우, 총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개인의 총기 소지 권리 제한을 촉구하는 강한 사회적 여론이 형성된다. 그러나, 이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해결책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더 큰 우려는 폭력형 범죄의 증가와 맞물려 아이들의 공격적 성향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에 있으며, 이는 어느 특정 국가에 국한된다기보다 많은 나라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다.   최근 한국에서 제작된 드라마가 넷플릭스라는 대형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국가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한다. 드라마의 타이틀이 주는 느낌과는 상반되게, 매우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소재의 드라마였다.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수준의 잔인한 장면들로 가득했다.     그런데, 처음 한두 편을 볼 때 느꼈던 충격과 공포감이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지는 게 아닌가. 드라마 초반부에 그토록 잔인하게 느꼈던 장면들은 회를 거듭할수록 덜 잔인하게 다가왔다. 내 감각(sensation)과 지각(perception)이 무뎌지는 경험이었다. 이를 적용하면, 대중매체의 폭력성이 아이들의 공격성을 어떻게 증가시키는지 이해하기 쉽다.   인간의 감각과 지각 능력은 장시간에 걸쳐 동일한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습관화(habituation) 및 둔감화(desensitization)를 경험한다. 즉, 같은 내용과 강도의 폭력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덜 매력적이다. 따라서, 동일한 수준이거나 더 큰 재미와 흥분을 경험하려면, 폭력성과 자극성의 강도가 증가해야 하는데, 이는 더욱 폭력적인 콘텐트를 찾게 하는 이유다. 아직 인지적·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아이들은 폭력물이 수반하는 유해성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다. 인식한다 할지라도, 그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앞서 언급한 드라마는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한다. 제작자들이 어른들의 재미와 볼거리, 그리고 자신들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담아내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콘텐트가 아이들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보았을까. 물론 ‘18세 미만 시청 불가’라는 연령 제한을 두었다 한다. 문제는 이것의 실효성이다. 아이들이 보기로 작정하면,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양한 전자 기기를 통해 충분히 볼 수 있는 통로가 많은 곳에 뚫려 있지 않은가.   참 어려운 문제다. 대중성과 상업성을 추구하는 미디어 산업 종사자들에게 아이들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라고 하면, 그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하거나 코웃음을 칠 수도 있겠다. 그래서 더 걱정이다. 폭력성이 농후한 대중문화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며 자라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더 큰 사회 문제를 야기하면, 그때 가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이 해당 드라마의 폭력성에 대해 경고하고, 아이들의 시청을 금지하는 장치를 마련 중이라 한다. 우리도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Hannah.Kim@houghton.edu 김현경 / 호튼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교육칼럼 미디어 콘텐트 미디어 콘텐트 폭력성과 자극성 미디어 산업

202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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